단편들

애착인형을 사랑하는 작가가 쓴, 애착인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SF적인 이야기

엑스코비드호의 3등 항해사 원강태 승무원이 주장한 자신의 종교는 ‘인형교’였다. 그리고 원 승무원이 종교적 이유로 소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애착인형이었다.
"우리 스테이션 안에서 봉제인형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오라는 지시가 있었거든.”
“어디서...... 왜요......?”

외딴 시골 집을 무대로 아홉 꼬리의 고양이가 중무장한 청설모 일당을 상대하는 이야기

내 이름은 아홉이. 아홉 꼬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유전공학을 통해 지능이 강화되어, 전문적인 훈련을 받고 지시된 명령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고양이 요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수행한 작전이 끝난 후, 나는 본부로 복귀하지 않고 도망쳐 탈출해버렸다. 나는 이제 평범한 고양이로 살고 싶었다.
이런 나의 일상을 돌연 방해하는 자객들, 지능형 동물 에이전트들만 아니었으면.

고통받는 대학원생과 돌하르방과 하회탈과 풀리지 않는 알고리즘의 수수께끼에 대한 이야기

송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임천호 교수의 교수실 문 앞에는 하회탈이 하나 걸려 있었다. 한결 같이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하회탈 밑에는, 임 교수가 직접 인쇄해 붙여 놓은 충고 내지 경고문 같은 것이 나붙어 있었다.
"질문이 있어 찾아온 사람은, 하회탈에게 먼저 질문을 건네 보고 들어올 것."